"이제 게임 그만해야지."
분명 30분만 하기로 약속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아이는 게임을 끄지 않습니다.
"이것만 하고 끌게."
"5분만 더 하면 안 돼?"
"지금 끄면 안 된단
말이야!"
처음에는 좋게 이야기하던 부모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화가 납니다. 게임을 강제로 종료하거나 스마트폰을 빼앗으면서 아이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도 됩니다.
'우리 아이가 게임에 너무 빠진 건 아닐까?'
'왜 게임을 끄라고 할 때마다
화를 낼까?'
'혹시 게임 중독은 아닐까?'
물론 아이가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끄지 못하는 행동을 단순히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라고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게임 자체가 가진 몰입 요소와 아이의 자기조절 능력, 그리고 재미있는 활동을 멈추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는 '전환'의 어려움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도 게임을 끝낼 때마다 유난히 힘들어한다면, 무조건 의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왜 게임을 멈추기 어려워하는지부터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게임을 끄기 힘든 이유
게임은 다른 놀이와 조금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게임을 하는 동안 아이에게는 계속 다음 목표가 생깁니다. 한 단계를 통과하면 다음 단계가 나오고, 목표를 달성하거나 승리했을 때 즉각적인 보상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조금만 더 하면 이길 것 같은데.'
'이것만 성공하면 다음 단계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스스로 멈추기가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하는 게임이라면 상황은 더 복잡합니다.
부모에게는 "그냥 끄면 되는 것"처럼 보여도 아이에게는 친구들과 함께 진행 중인 활동에서 혼자 빠져나오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임에 깊이 몰입한 상태에서는 시간이나 주변 상황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게임을 종료할 때는 단순히 몇 분을 했는가뿐 아니라 지금 아이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의 자기조절 능력
게임을 끄는 데에는 자기조절 능력이 필요합니다.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도 약속한 시간이 되면 행동을 멈추고, 다음에 해야 할 일을 떠올린 뒤 실제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는 계획하기, 행동을 조절하기, 주의를 옮기기와 같은 실행기능도 관여합니다.
이러한 능력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계속 발달합니다.
그래서 부모에게는
"시간 됐으니까 끄면 되잖아."
라고 느껴지는 일이 아이에게는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자기조절을 요구하는 것과 자기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부모가 매번 게임을 강제로 종료하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멈춰보는 경험을 조금씩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에서 일상으로의 전환
게임을 끄는 순간에는 또 하나의 어려움이 생깁니다.
바로 전환입니다.
게임 → 숙제
게임 → 식사
게임 → 씻기
게임 → 잠자리
재미있고 몰입되는 활동을 멈추고 상대적으로 재미가 적거나 해야 하는 활동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특히 막상 책상에 앉으면 공부를 하는데 게임을 끝내고 책상에 앉기까지 매번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단순히 공부가 싫은 것뿐 아니라 하던 활동을 끝내고 다음 활동을 시작하는 과정이 어려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놀이를 끝내는 것과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서로 다른 행동처럼 보이지만 아이에게는 하나의 '전환 과정'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놀다 공부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 게으른 게 아닙니다」
갑작스러운 게임 종료
아이가 한창 게임을 하고 있는데 부모가 갑자기 말합니다.
"시간 됐어. 지금 꺼."
약속한 시간이기 때문에 부모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게임은 영상처럼 언제든 같은 방식으로 멈출 수 있는 활동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한 판이 끝나지 않았거나 친구들과 함께 진행 중이라면 정해진 시각에 갑자기 종료하기 어려운 상황도 생깁니다.
그래서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게임시간뿐 아니라 어떻게 끝낼 것인지까지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7시까지 게임해."
라고 정했다면 종료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10분 남았어. 이제 새로운 게임은 시작하지 말고 하던 것까지만 마무리하자."
라고 미리 알려줄 수 있습니다.
단, '한 판만 더'가 계속 반복되지 않도록 종료 기준은 분명하게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게임 중독이 걱정된다면
아이가 게임을 끄지 않을 때 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게임 중독'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끄기 싫어하거나 종료할 때 짜증을 낸다는 한 가지 행동만으로 게임 중독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게임 문제를 살펴볼 때는 단순히 얼마나 오래 게임을 하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게임에 대한 통제가 지속적으로 어려운지, 게임이 다른 중요한 일상보다 우선되고 있는지, 문제가 생겨도 계속 게임을 하는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게임 때문에 수면시간이 계속 늦어지거나, 숙제와 학교생활에 영향을 주거나, 가족과의 약속이나 다른 활동이 반복적으로 밀려나는지 등 아이의 일상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게임을 종료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이 매우 심하고 오랜 기간 학교생활이나 가족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면 부모가 혼자 판단하기보다 전문가와 상담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부모가 도와주는 방법
게임 규칙의 목적은 단순히 아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멈출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에 있습니다.
1. 시작 전에 약속하기
게임을 하고 있는 도중에 부모가 종료 시간을 정하려 하면 갈등이 생기기 쉽습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오늘은 몇 시까지 할까?"
"시간이 되면 어떻게 마무리할까?"
를 미리 정해주세요.
이미 합의된 규칙이 있다면 종료 시간이 되었을 때마다 다시 협상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부모가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보다 아이도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게 해주세요.
규칙은 부모가 아이에게 내리는 명령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지키는 약속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2. 종료 시간 미리 알리기
약속 시간이 다가오면 미리 알려주세요.
"10분 남았어."
그리고 조금 뒤에는
"이제 5분 남았어. 새로운 게임은 시작하지 말자."
라고 알려줄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타이머를 활용해도 좋습니다.
부모가 계속 "게임 꺼"라고 말하는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 남은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예고 → 마무리 → 종료
라는 일정한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도 게임을 끝낼 준비를 하기 쉬워집니다.
3. 다음 행동 정하기
게임을 끈 다음 무엇을 할지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게임 끝났으니까 알아서 공부해."
보다
"게임 끝나면 물 한 잔 마시고 수학 문제집부터 펴자."
처럼 다음 행동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특히 게임을 종료하자마자 많은 공부를 요구하면 아이에게 부담이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게임 종료 → 짧은 정리 → 다음 행동
처럼 반복되는 루틴을 만들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음에 해야 할 행동이 예측 가능하면 게임을 끝내고 일상으로 넘어가는 과정도 조금 더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4. 스스로 게임 끄기
약속 시간이 되었다고 부모가 바로 기기를 빼앗거나 전원을 끄기보다 가능한 상황이라면 아이가 직접 종료하도록 해주세요.
"시간 됐어. 네가 마무리하고 꺼줘."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약속한 시간에 직접 종료했다면
"오늘은 알람 울리고 네가 직접 껐네."
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단순히 게임을 못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행동을 멈추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작은 경험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자기조절을 연습할 수 있습니다.
5. 단순하고 일관된 규칙 만들기
게임 규칙이 너무 많으면 부모도 아이도 지키기 어렵습니다.
요일마다 규칙이 다르고, 숙제량에 따라 달라지고, 부모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허용시간이 계속 바뀐다면 아이 입장에서는 기준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가능하면 세 가지 정도는 분명하게 정해주세요.
언제 할 수 있는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끝낼
것인지
한번 정한 규칙은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지만 부모의 기분에 따라 자주 바뀌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에게도 예측할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합니다.
사용시간보다 중요한 것
"초등학생은 게임을 하루에 몇 분까지 해야 할까?"
부모라면 당연히 궁금한 질문입니다.
사용시간도 중요하지만 게임 문제를 판단할 때는 시간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게임 때문에 잠자는 시간이 계속 늦어지는지, 숙제나 식사를 미루지는 않는지, 신체활동이나 다른 놀이도 하고 있는지, 가족과 정한 규칙을 지킬 수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보세요.
즉, 게임이 아이의 다른 중요한 일상을 밀어내고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초등학생 스마트폰 사용시간 하루 몇 시간까지 괜찮을까요? 부모가 꼭 알아야 할 사용 규칙」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규칙을 만들었다고 해서 아이가 처음부터 매번 잘 지키는 것은 아닙니다.
이때마다 부모가 크게 화를 내거나 그날그날 새로운 벌을 정하면 게임 종료가 부모와 아이의 힘겨루기가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어떻게 할지도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왜 약속을 지키지 못했는지도 살펴보세요.
시간을 잊었는지, 진행 중인 게임을 끝내지 못했는지, 종료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알면서도 새로운 게임을 시작했는지에 따라 다음에 필요한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규칙의 목표는 아이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지키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조금씩 조절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것과 조절은 다릅니다
아이가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닙니다.
재미있는 활동을 더 하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습니다.
중요한 것은 게임이 끝나야 할 때 스스로 멈출 수 있는지, 그리고 게임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수면, 공부, 놀이, 가족생활 같은 일상의 다른 활동을 균형 있게 이어갈 수 있는지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게임을 끄지 않을 때
"너는 게임에 너무 빠졌어."
라고 바로 판단하기보다 한번 질문해보세요.
"우리 아이는 왜 이 순간에 게임을 멈추기 어려워할까?"
게임의 몰입 때문일 수도 있고, 자기조절 능력이 아직 발달하는 과정이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게임을 끝내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는 전환이 어려워서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를 이해한다는 것은 아이가 원하는 만큼 게임을 하도록 허용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왜 멈추기 어려운지를 알아야 아이에게 맞는 규칙을 만들고, 스스로 지키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게임을 끄는 힘도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와 함께 규칙을 정하고, 끝날 시간을 예상하고, 스스로 게임을 종료하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아이는 조금씩 '멈추는 힘'을 배워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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